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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수련의들의 파업 선언

한국에 있는 의과대학 동문 가족 한 분이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가 됐다. 친구는 몇년 전 의업을 마무리하고 전원생활을 하고 있었다. 가끔 시골 풍경이나 인근에서 보이는 들짐승의 사진을 보내오곤 한다. 느슨한 생활에는 평안함이 배어 있었다. 동문은 가족의 위중한 치료를 종합병원이나 모교 대학병원이 아닌 동네 작은 병원에 의뢰했다. 의아했다.   다른 동문들은 수련의가 있는 도시 병원으로 친구의 아픈 가족을 옮기도록 충고하고, 그 일을 도왔다. 대학병원은 아니었다. 그래도 병원 규모에 상관없이 수련의들이 있는 병원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수련의를 얕보는 환자들도 있고, 거추장스러워하는 나이든 선배 의사들도 있다. 그러나 수련의 프로그램이 있는 병원은 장점이 단점보다 많다. 수련 과정 동안 풋풋한 젊은 의사들은 머리에 저장해 놓은 학구적 지식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서,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환자인 사람을 통해서 가슴으로 문제를 푼다. 그들은 이때 비로소 탈바꿈한다. 숙련된 의사들이 환자를 경솔하게 대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수련 의사들의 삶은 고달프고 가난하다. 이들은 하루에 장시간, 그것도 미친 듯이 100%가 아닌 200% 신경을 집중해서 일해야 하는 날들이 많다. 어떤 경우는 일주일에 80시간 환자를 돌보기도 한다. 미국 노동법은 일주일에 40시간 일하고, 그 이상 일하게 되는 경우 일상적 임금의 1.5배로 오버타임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수련 의사들은 노동자도 아니고, 사무직원도 아니다. 그들은 이런 체제 안에 들어 있지 않고 애매한 사각지대에 살고 있다.   2021년 미국 수련의 평균 연봉은 6만4000달러이다. 세금 공제하기 전에 일주일에 1200달러 정도 집에 가져간다. 7월 1일부터 LA시는 최저 임금이 시간당 16.04달러로 조정된다. 대체로 LA카운티 병원은 시간당 18달러다. 학자금 대출한 빚도 갚아야 하는 그들의 고단하고 어려운 생활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려고 뉴욕 의과대학은 학비 전액 면제를 결정했던 것 같다.   경제적인 어려움 외에 수련의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사제 관계를 바탕으로 배우면서 일해야 한다. 흔히 의업은 생계를 유지하려고 갖는 직업이 아니라 하늘이 내린 일이라고 한다. 훌륭한 멘토를 만나면 이보다 더 좋은 천직은 없을 터이다. 그러나 게으르고, 책임감 없고, 파렴치하고, 공정하지 않고, 도덕성이 없는 사람이 멘토의 위치에 있게 되면 배움의 나날은 힘들고 고달프다.     개선의 여지가 많은데도 시스템을 개선할 의지가 없는 병원 행정가들과 교수들에게  갇혀 있는 수련의들이 많다. 내가 레지던트를 시작했던 때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이민자 차별을 방지하는 장치가 없었다. 나도 여러 가지가 겹친 차별 대상이었기에 불쾌한 날들이 꽤 있었다. 유색인종이라서, 여자 의사라서, 외국 이민자이라서 그랬다.     수련의들이 단결해서 자신의 권리를 내세울 수 있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레지던트 노동조합이 올해 3월에 스탠퍼드, USC, 버몬트 의과대학에 생겼다. 천직이라는 애매한 덤터기를 씌워서 소방대원, 경찰, 간호사, 교사, 수련의들을 부당하게 대우해도 된다면 이들의 목소리는 노동조합을 통해 알리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지난달 UCLA 부속 병원인 하버-UCLA 메디컬 센터 수련의를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수련의는 처우가 개선 되지 않을 경우, 파업을 단행하기로 했다. 1300명 이상의 수련의가 참여하는 노동조합이다. 파업 전에 수련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파업은 하지 않아도 됐다.     최선을 다해 일하며 공부하는 젊은 전공 의사들이 그들이 택한 일이 천직임을 알게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 전문의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수련의 파업 교사 수련의들 모교 대학병원 수련 의사들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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